
온라인 UX, 오프라인에서도 먹힐까?
INSIGHT
2026.07.14
저는 주로 화면 안에서 일해요.
사용자가 어디서 헤매는지, 어디서 이탈하는지, 버튼 하나의 위치가 전환율을 어떻게 바꾸는지. 그걸 고민하는 게 제 일이에요.
그런데 올해, 화면 바깥에서 그 고민을 해야 했어요. 2026 국제안전보건전시회에 참가하는 세이프유의 부스 디자인과 리플렛을 직접 맡으면서요.
솔직히 처음엔 "공간 디자인은 좀 다른 세계겠지" 싶어 걱정이 많았어요.
근데 하다 보니까 — 생각보다 훨씬 많이 겹쳐 있었어요.
출발점 - 작년엔 뭐가 문제였을까
정말 다행이었던 건, 세이프유가 참여하는 박람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거예요. 2024년, 2025년 한국 건설안전 박람회에 연달아 참여한 적이 있어요. 이해관계자들과 반복적으로 KPT 회고를 하다 보니, 과거 현장의 문제점과 디자인을 비교적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어요.총 다섯 가지의 인사이트가 있었는데, 항목이 각각 다른 것 같지만, 묶어보면 결국 하나예요.
공간이 사람을 안내하지 못했다.
그게 출발점이었어요.
"사람은 어떻게 움직이지?" - 동선 처음부터 다시 짜기
동선을 어떻게 짜야 할지 감이 안 잡혀서 일단 관련 논문부터 찾아봤어요. 전시 환경에서 방문자의 시선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어떤 부스에 더 오래 머무는지 다룬 연구들이었어요.온라인에서 사용자가 화면 왼쪽 상단에 먼저 시선을 보내듯, 전시장에서도 사람은 입구에서 대각선으로 공간을 훑고, 자연스럽게 왼쪽 동선을 먼저 타요. 매체가 달라도 사람의 인지 패턴은 비슷하더라고요.
현장 답사도 반복했어요. 비슷한 규모의 전시회들을 돌아다니면서 직접 관찰했는데, 잘 되는 부스는 '들어오는 사람'이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부터 설계하고 있었어요. 5미터 밖에서 시선을 잡지 못하면 그냥 지나쳐버리거든요. 랜딩 페이지가 스크롤 전에 승부를 내야 하는 것처럼요.
논문이랑 현장을 왔다 갔다 하면서 동선 초안이 나왔는데, 그 위에 작년 문제들을 하나씩 대입해봤어요.
작년엔 주요 콘텐츠가 벽 안쪽에 있었어요. 부스 안으로 들어온 사람만 볼 수 있는 구조였죠. 이번엔 반대로 했어요. 핵심 콘텐츠를 통로 쪽, 지나가면서도 시선에 걸리는 위치로 꺼냈어요.
상담존도 마찬가지였어요. 작년엔 상담이 동선 한가운데서 이뤄지다 보니 공간이 어수선했거든요. 이번엔 동선을 막지 않는 구석 쪽에 상담존을 따로 뒀어요.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온 사람이 깊어지는 흐름으로요.
제품 시연존도 위치를 바꿨어요. 안에서만 보이던 걸, 밖에서 지나가다 눈에 들어오는 구조로요. 부담 없이 일단 멈춰서 볼 수 있게,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안으로 유도할 수 있게요.
"근데 이게 실제 공간에서 어떻게 보이지?" - 블렌더를 켜다.
동선은 어느 정도 잡혔는데, 문제가 하나 생겼어요. 벽면 디자인을 2D로 만들고 있는데, 공간감을 도저히 모르겠는 거예요.평면으로 보면 괜찮아 보이는데, 실제 공간에서 저 텍스트가 눈높이에서 잘 읽힐지, 그래픽이 어느 각도에서 보이는지가 머릿속으로 잘 안 그려졌어요.
그래서 블렌더를 켰어요.
사실 아예 처음은 아니었고, 조금 만져본 정도였어요. 가장 힘들었던 건 의외로 스케일이었어요. 실제 부스 사이즈를 그대로 옮겨 넣는 게 생각보다 까다로웠어요. 단위 하나 잘못 잡으면 내가 서 있는 기준이 완전히 달라져버리니까요.
그래도 일단 만들어놓고 시점을 바꿔가며 돌려보니까, 평면에서 안 보이던 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이 높이에 있는 텍스트는 실제로 서 있는 사람한테 저 각도로 보이겠구나.' '이 그래픽은 정면에서만 잘 보이고, 측면에서 오는 사람한테는 묻히겠다.'
디자인 수정을 반복했어요. 배치도 바꾸고, 높이도 조정했어요.
시연 방식도 이때 같이 잡았어요. 작년엔 노트북으로 시연하다 보니 시간이 너무 걸렸고, 방문자가 흐름을 따라오기도 어려웠어요. 이번엔 키오스크형 터치스크린 구조로 바꿨어요. 주요 기능만 빠르게 체험할 수 있게 하고, 더 깊이 알고 싶은 분은 상담존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흐름으로요. 블렌더에서 그 공간이 실제로 어떻게 보일지 확인하면서 터치스크린 위치와 높이도 함께 잡았어요.
그리고 이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빛을 발했어요. 내부적으로 대표님, 이사님, 함께하는 팀원들을 설득해야 하는 순간이 있었는데, 3D 시뮬레이션 자료를 가져갔더니 말이 훨씬 빨리 통했어요. "이렇게 될 거예요"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게 그냥 강력하더라고요.
"세이프유가 뭐 하는 곳이에요?" - 첫인상 다시 설계하기
작년 회고에서 가장 뼈아팠던 피드백이 이거였어요. 부스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세이프유가 뭘 하는 회사인지 바로 못 알아챘다는 거요. 들어와서 물어봐야 알 수 있는 구조였던 거죠.리플렛 문제도 결국 같은 뿌리였어요. 작년 것을 다시 펼쳐보면서 뭐가 문제인지 찾기 시작했는데, 정보가 너무 많은 게 아니었어요. 뭘 전하고 싶은지가 불분명한 게 문제였어요.
그래서 이번엔 부스 디자인과 리플렛, 둘 다 같은 방향으로 손봤어요. 지나가는 사람도 3초 안에 "아, 세이프유구나"를 알 수 있게요.
부스엔 대형 스크린을 넣었어요. 핵심 메시지가 멀리서도 눈에 들어오게요. 각 콘텐츠 영역마다 색상을 구분해서, 어디가 뭔지 설명 없이도 직관적으로 읽히게 했어요. 리플렛도 같은 방식이었어요. 콘텐츠를 줄이고, 읽히는 순서를 다시 짰어요. 이걸 받아 든 사람이 3초 안에 뭘 가져가야 할지, 더 알고 싶은 사람에겐 뭘 줘야 할지. 온라인에서 페이지 구조 잡을 때랑 똑같은 질문이었어요.
이 작업, 사실 저 혼자 해낸 게 아니었어요.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가 직무별로 선을 긋는 게 아니라, 이 박람회를 향한 니즈가 처음부터 서로 맞아 있었어요. 누가 정해준 것도 아닌데, 직무 구분 없이 서로의 작업물에 피드백을 주고받고, 인사이트를 나누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어요.일정표엔 분명 기획, 디자인, 개발 순서가 적혀 있었지만, 실제로 일이 그 순서대로만 흘러가진 않았어요. 기획자가 3D 캐릭터 디자인과 렌더링을 맡아줬고, 저는 기준조차 잡혀있지 않던 스케치를 영상 플로우로 풀어냈어요. 그 영상 플로우를 개발자가 가져가서 디자인 시스템에 그대로 반영했고요. 한 사람이 만든 결과물을 다음 사람이 그대로 받아 쓰는 게 아니라, 서로 다시 들여다보고 의견을 얹고 고쳐가면서 넘겼어요.
시간은 늘 촉박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그 촉박함이 서로를 더 자주 들여다보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누구 하나가 막히면 옆에서 자연스럽게 그 빈자리를 메꿨고, 그게 특별한 배려라기보단 그냥 당연한 흐름처럼 느껴졌어요.
생각해보면 온라인 프로젝트를 할 때도 다르지 않았어요. 기획자가 데이터를 보고, 개발자가 UX에 의견을 내고, 디자이너가 로직을 함께 고민할 때 결과물이 늘 더 좋았거든요. 이번 부스 작업도, 결국 그 방식 그대로였던 거예요.
2026 KISS를 마치고
이번 작업을 끝내고 나서 가장 크게 느낀 게 이거예요.온라인은 데이터가 바로 나와요. 어디서 이탈했는지, 어디서 머물렀는지. 그걸 보고 고쳐요. 근데 오프라인은 직접 가서 봐야 해요. 현장 답사를 반복하면서, 사람들이 어디서 멈추는지 눈으로 확인해야 하거든요.
오프라인엔 뒤로가기가 없어요. 한 번 지나친 부스로 돌아오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이탈률이 사실상 100%인 환경에서 설계하는 셈이에요.
이 압박이 오히려 본질에 집중하게 만들었어요. "처음 5초에 뭘 보여줄 것인가"를 더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거든요.
근데 뒤로가기가 없는 건 방문객만이 아니었어요. 이 부스도, 이 전시도 끝나고 나면 그 순간의 반응도, 실수도 같이 사라져버리거든요.
그래서 2026 KISS가 끝나자마자 팀 전체가 다시 모였어요.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각자 겪은 걸 솔직하게 꺼내놓았어요.
동선/공간
동선을 다시 짜고 시연존을 밖으로 꺼낸 건 통했어요. 시연 위주로 운영하니까 반응이 정말 좋았고, 명함을 먼저 건네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런데 상담존과 시연존의 동선은 이번에도 완전히 분리되지 않았고, 키오스크 간격이 좁아 목소리가 서로 부딪혔어요. 방향은 맞았는데, 실행이 부족했던 거예요.
첫인상
첫인상을 다시 설계한 것도 통했어요. 대형 스크린은 부스 밖에서도 궁금증을 유발했고, 화이트와 여백을 살린 디자인은 정보 과다한 전시장 안에서 오히려 눈에 띄었어요. 반면 "웍스가 어떤 서비스인지 모르겠다", "왜 따로따로 설명하냐"는 반응은 여전히 나왔어요. 첫인상은 잡았는데, 그다음 이야기로 이어주는 연결 고리가 약했던 거죠.
인프라/운영
그리고 설계 단계에서는 아예 다루지 않았던 문제도 있었어요. 네트워크는 첫날부터 말썽이었고, 노트북은 늘 모자랐어요.
준비 과정의 압박감과 피로도 예상보다 컸고요.
공간과 화면 밖에 있는 인프라와 팀의 체력 또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걸 항상 배워요.
작년의 다섯 문제가 이번 부스의 출발점이었다면, 이번 다섯 인사이트는 다음 부스의 출발점이 되는 셈이에요.
그래서 다음 액션도 순서를 매겨뒀어요. 네트워크 사전 검토, 시연존·상담존 물리적 분리, 콘텐츠 얼라인과 데드라인 고정, 화이트·여백 디자인 원칙 재사용, 인력 로테이션. 이 다섯 가지로 다음에 있을 2026 한국건설안전박람회를 다시 시작해요.
마치며
사람이 어떻게 보고,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순간에 멈추는가.화면이든 공간이든, 그 질문은 같았어요. 오히려 오프라인에서 해본 경험이 온라인 설계를 보는 눈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만들어준 것 같기도 해요.
그리고 이번엔 그 답을 실제 현장과 회고로 확인까지 할 수 있었어요. 예상이 맞아떨어진 지점도, 완전히 새로 배운 지점도 있었고요.
2026 한국건설안전박람회에서는, 이번보다 조금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