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는 현장
CULTURE 2022.12
우리나라가 월드컵 16강에 진출했다!!
새벽 시간임에도 맘 놓고 포효했으리라. 안정환 해설위원의 말대로 ‘9%의 확률을 노력과 희생으로 100%로 만들어 낸’ 시간이기에, 더군다나 축구 강국 포르투갈을 상대로 얻어낸 승리기에 너무나도 달콤했다. 워낙에 극적인 경기여서 너 나 할 것 없이 지금까지도 뉴스 매체나 SNS 등을 통해 비하인드 스토리를 탐색 중이다. 공신력 있는 매체와 해설을 통해 하이라이트 장면을 되새김하거나 SNS를 통해 미처 몰랐던 사실도 알게 된다. 그렇게 여운을 즐기다가도 고개를 갸우뚱하는 순간이 종종 찾아온다.

지혜롭지 못한 처신으로 한국에서 날강두로 불리게 된 호날두 선수에 대한 패러디는 애교다. 그에게서 받은 배신감과 스트레스를 16강 선물로 퉁치자는 건 우리 민족 특유의 해학이니까.

트위터 캡처


하지만 지나친 미화나 출처 없는 ‘~카더라’ 썰은 불편하다. 우리들의 히어로 손흥민 선수의 말 한마디, 몸짓 하나에 어마어마한 의미를 부여하며 그를 전지전능한 존재로 빚어나간다. 기쁘면 웃고 슬프면 눈물 흘릴 줄 아는 그의 솔직한 모습에 한없는 매력을 느끼지만 ‘그의 모든 것엔 큰 그림이 있었다.’는 유형의 미화는 위험해 보인다. 훗날 손선수에게 칼날이 되어 돌아갈까 걱정이 되는 현상이다.

또한 특정 인물에 대한 자의적 해석도 눈에 띈다. 하나의 장면만 보고 이런 이유가 있었다며 내 선수, 내 나라 중심으로 해석하는 것도 위험하다. 사춘기 나이 때에는 세상이 본인 중심이기 때문에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기를 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무도 보지 않을 자기의 양말 무늬 하나, 흐트러진 앞머리 한 가닥, 짝짝이로 그려진 눈썹 하나 때문에 하루를 망친다. 그렇게 포르투갈 전에서의 모든 현상을 자기중심으로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것도 엥? 하게 되는 포인트 중 하나다.

SNS에 떠다니는 썰들을 보다가 ‘이렇게 여러 사람이 맘고생하겠네.’란 생각이 들었다. 유명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 주위만 봐도 오해와 편견으로 가슴앓이하는 사람들이 많다. 미화든 오해든 현실과 다른 해석은 본인에게 불안함과 불편함을 야기한다. 있는 그대로의 나로 이해되어야 가장 편한 법이니까.

인간은 존재도 역할도 성격도 모두 입체적이다. 사람이 일관적이면 어느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편하긴 하지만 어느 상황이든 예측 가능한 그 행동만 할 수는 없다. 내적으로든 외적으로든 변수가 많은 현대인은 더욱더. 그럴진대 어느 사람의 어떤 행동은 매번 나름의 이유가 있는 법이다. 나 자신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사람과 상황에 대한 이해 없이 자기 편의를 위해 자의적 해석으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거나 나아가 가짜 뉴스를 만들어내는 일이 생각보다 만연한 듯하다. 이런 콘텐츠를 대할 때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는 ‘팩트 체크’가 되겠다.

톡파원25시라는 여행 프로그램에서 미국인 타일러가 말한 가짜 뉴스에 대한 미국의 관점은 ‘가짜를 지어낼 권리도 있다.’였다. 상상의 자유와 창작을 전부 규제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야기 전개상 수용자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벨기에인 줄리안은 유럽의 경우 일찍부터 ‘의심을 통해 진실을 찾도록’ 학교에서 교육을 한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지금 같은 시대에는 누군가에게 말을 옮기기 전에 공식적인 채널 두 군데 이상 팩트 체크할 것을 제안했다.

우리가 자주 하는 말 중 “이 바닥 참 좁다.”라는 말이 있다. 실력과 인간 됨됨이에 대한 개인의 평판이 중요치 않은 일이 어디 있겠냐마는 프로젝트 단위로 돌아가는 이 업의 특성상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인지 아닌지 은연중에 평가받기 마련이다. 거창한 의미의 평판은 아니지만 회사 안에서도 밖에서도 우리는 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평가를 피할 순 없다.

그래서 서로에 대해 자의적 해석이 아닌 팩트 체크가 중요하다. 한 사람만 놓고 보더라도 그의 인생에는 성공이 있고 실패가 있으며, 잘하는 게 있고 부족한 게 있다. 입체적인 인간을 하나의 순간, 하나의 기준으로 욱여넣어 평가에 마침표를 찍진 말자. 또한 떠도는 얘기에 동조하기보다, 심적으로는 동조하더라도 그 사람과 대면하여 펙트 체크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내 선에서 끊어주자. 그게 성숙한 직장인의 성숙한 처세가 아닐까 싶다.

내가 보호받고 싶은 만큼 타인을 보호하고 내가 변명하고 싶은 만큼 남의 변명을 들어주고 내가 응원받고 싶은 만큼 남을 응원해주는 사람이 어디서나 환영받기 마련이다. 모두가 이렇게 지혜롭고 현명하고 실력이 출중하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은 게 현실이다. 누구에게나 약한 면은 있고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고 인성 또한 좋기만 할 순 없다.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 자연의 섭리가 그러하듯 잘하는 사람이 부족한 사람을 끌고 가는 게 맞다. 부모를 양육하는 아이는 없으며 스승을 가르치는 제자도 없으며 아내를 이겨먹는 남편도.. 여기까지. 나무가 있어야 열매가 나고, 어미가 있어야 아이가 나고, 빛이 있어야 생명이 나듯, 먼저 지혜로운 자 된 자가 어린 자들을 끌고 가는 게 맞지 않겠는가. 난 제법 깨우쳤다 싶은 유플리더라면 내 동료와 내 회사의 평판을 지켜주고 케어해주고 키워가는데 앞장 서보자. 월요일 아침부터 너무 비장한가? 할 수 있는 유플리더을 믿으며 오늘도 무조건적인 지지와 응원을 보낸다.